지적장애인 눈물 닦아주는 법

▲지적장애인 등의 권리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의견수렴의 장. ⓒ에이블뉴스 

지적장애인 눈물 닦아주는 법
지적장애인 특별법 제정 추진 환영
성인 지적장애인 지원하는 법률돼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5-10 11: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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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진국들의 장애인 복지 수준까지는 아직도 까마득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장애인들을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인권을 가진 주체로 보고 이들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들을 자주 듣게 된다. 이러한 장애 및 장애인에 대한 시각의 변화는 장애 당사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권익 증진과 사회 통합의 주체로 서게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적 변화도 지적장애인이나 그 부모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론적 주장으로만 들린다. 지적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재활에 필요한 시설 입소나 각종 재활 프로그램 혹은 복지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일상적인 생활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지적 장애인 고유의 특성 때문에 지적 장애인들은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과 장애 개념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장 크고 많은 어려움을 겪는 장애 계층이 되어버렸다.

한 예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경우, 그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다 할지라도 차별을 받아도 차별인 줄 모르거나 혹 인지한다 할지라도 그 차별에 대한 저항 능력이 없는 지적장애인에게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교육법 등이 있고, 차별을 금지하는 법도 시행되고 있지만 지적장애인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의 어려움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특히 자녀가 성인이 된 경우에는 학령기보다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인이 된 지적장애인 아들을 둔 부모로서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지적장애인들의 권리 보호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을 크게 환영하면서 몇 가지 의견을 제안한다.

지적장애인 특성에 맞는 법 제정해야

첫째,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지적장애인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지적 능력으로 인해 삶에서 겪는 어려움과 차별 때문에 장애인들의 이른바 인간적 삶의 권리 추구와 향유는 비장애인들의 그것과 한참 동떨어진 것은 물론 타 장애인들과도 크게 다르다는 전제하에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복지 정책과 서비스, 복지공학 등이 발달함에 따라 지적장애인들을 제외한 다른 장애인들의 경우는 장애로 인한 불편들이 상당 부분 개선되어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수준일 수는 없지만 꽤 근접한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지적장애인들은 아주 작은 일상생활에도 도움과 배려가 있어야 하고 그러한 지원이 평생에 걸쳐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변화와 발전에도 불구하고 맨 마지막까지 장애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또한 재활 패러다임에서 자립생활 패러다임으로, 전문가 중심에서 당사자 중심으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지적장애인들에게는 이러한 개념 요소들이 상호보완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와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이념과 실천이 녹아들어가 있는 법이 필요하다.

성인 지적장애인 복지와 서비스 중심으로

둘째, 지적장애인의 복지와 서비스 전반을 지원하되 특별히 성인 지적장애인의 복지와 서비스에 중점을 둔 법의 마련이 절실하다. 장애인교육법의 지원으로 만 3세 미만의 장애 영아에 대한 무상교육이 도입되었고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의무교육이 확대되는 등, 교육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나 학령기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은 상당 부분 정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보다 심각한 문제는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난 지적장애인들은 갈 곳도 할 일도 없어진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특수학교 고등부 과정을 마친 내 아이가 집근처의 세군데 복지관에 이용 신청을 했으나 모두 낙방(?)하여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장애를 발견한 첫돌 무렵부터 시작된 각종 재활 치료와 4년간의 조기교육, 그리고 12년의 특수학교 교육을 마친 아이가 다시 집에 머물러야하고 누군가는 늘 성인이 된 아이 곁에서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내 아이 뿐 아니라 지적장애 1·2급의 많은 성인 지적장애인들이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지적장애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들은 나와 같은 혹은 그 이상의 노력을 아이에게 쏟아 붓게 되는데, 이러한 노력들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 성인 지적장애인들이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성인기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들을 지원하는 법이 꼭 만들어져야 한다.

일본의 지적장애인을 위한 법률의 큰 특징도 성인 지적장애인을 위한 법률임을 참고하여, 어른이 된 지적장애인들이 비록 유치원생 수준에도 못 미치는 지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하여도 이 땅에 태어난 인간으로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법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지적장애인 가족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어야

셋째, 지적장애인 가족들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지원이 법률화되기를 바란다. 지적장애인 자녀를 둔 많은 가정들이 이들을 양육하면서 다양한 경제적, 심리적,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장애인 당사자만이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장애인을 부모나 형제자매로 둔 가족들 또한 친족 간에 혹은 사회적으로,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장애인계 내에서도 차별을 겪고 있다.

이들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집을 나서면 받고 싶지 않은 눈길들을 받게 되고, 집안에서는 지적장애 자녀의 일상생활 대부분을 함께 해주면서 돌봐야 하기 때문에 지적장애인 당사자보다 더 힘든 장애 당사자이다. 결국 부모들은 장애 자녀보다 몸과 마음이 더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 명의 지적장애인 자녀를 둔 가정은 최소한 세 사람(당사자와 부모)의 장애인이 살고 있는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가족들이 겪는 각종 경제적, 신체적, 심리적 어려움과 차별을 감소시켜 줄 수 있는 법이 꼭 마련되었으면 한다. 미국의 발달 장애인 복지법에도 크게 3개절의 구성에서 제2절을 ‘가정 지원’에 할애하고 있음에 유의하여 가족들의 수고와 눈물을 덜어줄 좋은 법을 우리도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고/김정임 ( jyk601@hanmail.net )